소외된 인간 대한 부조리한 현실, 변신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내 모습이 거대하고 흉측한 벌레로 변신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책은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먼저, 이 책의 저자는 프란츠 카프카로 독일의 실존주의 작가이다. 그는 폐결핵을 앓고 있었기에 몸이 매우 약했다고 한다.
또한 직장을 다니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현실을 힘들어 했다.
어린 시절부터 권위적인 아버지의 영향 아래에서 자라, 늘 아버지와의 갈등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그의 내면의 고통과 고민들은
그의 소설에 그대로 녹여져서 표현된다.
그렇지만 그의 수많은 단편소설들은 그의 사후에 문학적인 가치와 인정을 받아서 실존주의 문학의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얻게 된다.
프란츠 카프가가 병으로 인해 죽기 전에 그의 친구에게 자신의 작품을 전부 태워달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그의 친구는 그의 유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후에 단편들을 묶어서 출간을 하게 된다. 그리고 친구가 죽고 카프카의 작품은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출간이 되기에
아직도 출간되지 않은 많은 작품들이 있다고 한다.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 라는 명언을 남겼던 카프카,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을 읽을 때면
애써 외면했던 현실의 모습이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책의 제목인 <변신>은 카프카의 여러 단편 중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카프카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 제목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며, 카프카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필수교양서적의 제목으로 많이 오른 작품이기 때문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변신> 에서 주인공인 그레고르는 집안의 실제적인 가장이다. 아버지는 사업실패로 집에서 무기력하게 지내고 계시고, 어머니와 여동생도
그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그는 매일 직장에 출근하여 성실하게 일을 하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어느 날 아침 그의 몸은 벌레로 변해 있었다. 꿈이 아닌 현실이기에 그는 처음 겪는 이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댄다.
한번도 지각을 하지 않던 그가 방에서 계속 나오지 않자, 가족들은 걱정하게 되고 회사의 상사까지 그레고르를 찾아오게 된다.
난처한 상황, 이 가운데서 그레고르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가족들은 큰 충격에 빠진다.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는 더 이상 직장에 나갈 수 없게 되었기에 가족들이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하기 시작하고,
그들은 그레고르를 부양한다. 집 안에서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어버린 그를 가족들은 점점 귀찮아하고, 그렇게 그레고르는 소외되어진다.
결말은 직접 책을 통해서 확인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을 통해서 우리는
한 인간의 가치가 물질적으로 환산되어지고, 결국에는 물질의 힘에 눌려버리는 인간의 존엄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레고르의 모습을 통해서 오늘날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평생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고 생계를 꾸려나갔지만, 나이가 들고 더 이상 생계를 부양할 힘도, 능력도 사라지게 되면
아버지들의 위치는 집 안에서 가족들의 눈치를 보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개인적인 사정과 여건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 모두는 그레고르처럼
집 안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가족에게 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정말 가슴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게 되면, 돈을 벌지 못하면 인간으로써의 존재가 무의미하게 되는 것일까?
그 사람이 가진 재능과 눈에 보이지 않은 가치, 감성들은 철저히 무시되어지고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성과를 내야만이
쓸모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인 것이다.
부조리하고 억눌리고 억압된 현실이 우리 앞에 놓여져 있고 그것을 뚫고 나아가려는 우리의 의지를 한없이 꺽으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삶의 모든 결론은 보이지 않는 분에게 맡기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무리 깨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서 끝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내 삶과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해주었지만 그럼에도 감사할 것들이 있음에 감사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