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비밀정원

사랑스러운 남매, 오 브라더! 오 시스터!

모네그라미 2018. 5. 10. 16:27



나에게는 여동생이 한 명있다. 우리집에는 남자형제는 없고, 나랑 여동생, 이렇게 자매만 두명이다.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편한 점들이 많이 있었다. 언제나 옷도 같이 입고, 같은 신발도 신었고, 같은 유치원,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심지어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쌍둥이처럼 지내 온 자매라고 할 수 있다. 대학교 빼고는 전부 같은 학교만을 다니다보니

동생이 나랑 같은 대학교에서 떨어지고 다른 대학교에 들어갈 때는 초반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언니가 없는 학교는 대학교가 처음

이니, 어떻게 보면 학년은 달라도 나랑 언제나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것에 많은 위안을 얻었었나보다.

그리고 동생과 나는 연년생, 1살 차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서로를 의지하기도 하는 사이였지만, 사춘기때는 엄청 싸웠다.

거의 매일이 전쟁터였다. 동생과 나는 엄청 싸우면서도 싸우고 나서는 서로 다시 화해를 하고, 화해하고 나서 좀 더 시간 지나면 또 싸우고

우리 자매는 어떻게 보면 애증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동생과 나는 이렇게 지냈지만 가끔은 나에게도 남자형제가 있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내가 언니이다보니 내 위로 오빠나 남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집에 남자형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뭐랄까 남자형제에 대한 환상은 아마도 나처럼 여자형제만 있는 사람들은 거의 느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엄청 친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남자형제가 있으면 뭔가 든든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우리집도 엄마, 나, 여동생, 아빠 이렇게 여자들이 많은 집에서 살다보니 남자형제가 있으면 묵직한 느낌도 들고 아빠를 뒷받침해줄

든든한 지원군도 되어줄 것 같았다. 그리고 어렸을 때는 목욕탕에 갈 때, 나랑 동생은 엄마랑 3명이서 같이 들어갔는데, 아빠는 혼자서 목욕탕에

다녀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 모습이 조금은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남자형제가 있고 없고의 문제는 내가 정할 수는 없지만 나의 이러한 환상을 조금 맛보게 해준 영화가 있었다.


바로 오 브라더, 오 시터! 라는 영화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영화이다.

처음에 우연히 인터넷을 하다가 이 영화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영화의 포스터가 마음에 들었고, 분위기가 코믹하고 따뜻해보여서 이 영화가 

궁금해졌다.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봐야지 하고 미루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가 보고 싶었던 것은 남동생 역할로 나온

배우의 웃는 모습이 너무 해맑아보여서 더 보고싶었던 것 같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누나와 남동생은 20년째 한 맨션에서 살아가고 있는 남매이다.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의지하면서 지내고 있는 사이좋은 오누이라고 할 수 있다. 누나는 40세, 남동생은 33세이고,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둘이서 의지하면서 지냈고, 거의 누나가 남동생을 키우다시피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누나는 외모콤플렉스로 인해서 남자를 한 번도 사귀어본 적이 없는 모태솔로이고, 남동생은 실연의 아픔으로 여자를 사귀는 것을 두려워고 있었다,

그렇게 남동생의 실연의 아픔을 안타까워하는 누나는 힘없어하는 그를 자꾸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한다. 

마트에도 같이 가고, 놀이동산도 같이 가는 등 그렇게 남동생이 실연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무심한 듯 하지만 애를 쓴다.

그러던 어느 날, 남매의 집에 한 통의 편지가 잘못 배송이 된다.

그래서 잘못 배송이 된 편지를 원래의 주인에게 전달해주기 위해서 남매는 자전거를 타고 편지의 주인공의 집으로 간다. 

주인공의 집으로 찾아간 그들은 편지의 주인공을 만나고, 그 주인공이 아름다운 여인인 것을 본 남동생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누나는 안경점의 점원으로 일을 하고 있고, 남동생은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누나는 같은 안경점에서 일하고 있는 한 남자를 짝사랑한다. 언제나 누나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배려해주는 그를 보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남동생은 회사에서 '감사의 향기' 를 만들어야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고

그 향기를 만들기 위해서 냄새를 찾아더니던 중, 우연히 편지를 전해준 그녀의 집 앞까지 가게 되고, 거기서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동화작가인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도 동화책을 만들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는데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그들은 조금씩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고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남동생은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누나가 행복해지는 것을 보지 못한 채로 자신이 먼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동생이 실연을 겪은 것도, 결국 자신의 집에서 동거를 원하는 여자친구에게 누나를 두고 동거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누나가 결혼을 먼저 하기 전까지는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남동생의 말에 여자친구와 실연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새롭게 다가오는 그녀에게 마음을 열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어떤 오해로 인해서 그들은 멀어지게 된다.

그렇지만 누나가 갑자기 생기가 돌고 화색이 도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남동생은, 누나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게 된 것을 느낀다.

바로 누나가가 같은 안경집에서 일하는 남자와 저녁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설레임을 느끼는 누나를 보면서 동생도 이제 누나가 행복해지는 것을 느끼고

용기내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고 함께 데이트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에게 고백을 한 순간 그녀가 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좌절하게 된다. 한편 짝사랑 남자와 함께 데이트를 하던 누나는 사실 그가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인 것을 알게 된다.

누나는 집에 돌아와서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이를 남동생이 듣게 된다. 하지만 남동생은 아무것도 모른 척하며 들어와서 그런 누나에게 생일선물을 건네고

동생의 따뜻한 마음에 다시 용기를 얻은 그녀는 실연당한 것을 털어놓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좌절 속에서 그들은 함께 식사준비를 하며 환하게 웃는다.


어떻게 보면 결말은 슬프다고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피엔딩을 기대했지만, 현실적인 엔딩에 조금은 마음이 우울했다. 아, 이것이 현실인 것인가? 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고 위로하는 남매의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해피엔딩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구수한 밥향기를 맡으면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고, 서로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누구보다도 서로를 위하고 생각하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남매인 것이다.

이런 남동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영화인 것 같다.

그리고 다시금 가족의 존재에 대해서 꼽씹어 보게 되었다. 가족에게는 포장 된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 숨기고 싶고

어두운 나의 모습도 가족에게는 보여줄 수 있다. 어려울 때 진정으로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존재. 밖에서 아무리 상처를 받았어도 다시금 나를 일으켜주는

존재. 언제나 나를 걱정해주는 존재가 바로 가족인 것이다.

오늘은 나를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문자를 보내야겠다. 늘 나의 곁에 있다고 생각해서 소중함을 잊고 살 때가 많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소중한 우리 가족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날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