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으로 변신한 비밀의 벙커를 가다
오늘은 동생과 함께 오랜만에 나들이를 갔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하는 어느 강연회에 참석을 하고 여의도 근처를 배회하다가
IFC몰에서 구경이나 하자고 그 곳을 향하던 중 우연히 미술전시회를 하는 안내문구를 발견하였다.
지하로 통하는 엘레베이터가 지상에 있었고, 동생이 한번 구경하고 둘러보고 나오자는 말에 나도 호기심이 생겨서 어느 순간
엘레베이터를 누르고 있었다. 엘레베이터는 마치 통로처럼 길쭉하게 되어 있었다. 문이 두개였는데, 지하로 내려가는 순간
한 쪽은 어두운 통로가 보였고, 나머지 한 쪽은 네온사인으로 미술전시회를 알리는 문구들이 써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네온사인을
향해서 걸어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아주 넓은 지하실이 보였고, 곳곳에 전시품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전시회에서 미술품을 감상하고 있었고, 나랑 동생은 어느 한 구석 통로를 통해 들어가서 예전에 여의도 지하벙커의 역사
자료실에 나온 자료들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간 벙커는 세마 벙커로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으로 꾸며져 있었다. 역사 갤러리에 소개 된 세마 벙커의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 공간은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 동안 존재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가 2005년 여의도 환승센터 건립을 위한
현지조사 도중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곳은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 있었고, 약 180평에 이르는 넓은 공간과 20여 평 남짓한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서울시는 2015년에 벙커를 발견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여 일반에 공개하는 시민 체험 행사를 개최했는데. 이 때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문화
시설로의 활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부터 설계 및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사무실, 기계실 및 항온항습 시설
등을 구비하여 SeMA 벙커는 현재 150여 평의 전시장과 20여 평의 역사갤러리로 탈바꿈했다. 동시에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 및 관리를 맡아 2017년
10월 19일 SeMA 벙커라는 정식 명칭으로 개관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SeMA 벙커를 운영함에 있어 숨겨졌던 역사적 장소로서 공간이 지닌 원래의 맥락을 부분적으로 살리는 한편, 이를 지속적인 상상과
생산의 공유공간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역사갤러리는는 이러한 서울시립미술관의 운영철학을 반영하며 SeMA 벙커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구축하는
공간이다. 2015년 벙커를 일반에 공개한 이후, 역사적 장소에 대한 원형 보존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서울시의회의 의견을 수렴하여 역사갤러리는
리모델링 후에도 시민 체험 행사 당시에 공개한 상태로 유지, 운영하기로 결정되었다.
이에 서울시립미술관은 이 공간에 벙커의 역사를 떠올리거나 되짚어볼 수 있도록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는 한편, 새롭게 SeMA 벙커의 역사성과 미학적
특성을 반영한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선보임으로써 이곳을 단순한 기록보관소의 의미가 아닌 미래를 향해 열리는 가능성들로 채워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설명을 알고 이 곳을 관람하니 그저 미술 전시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적 한 흐름에 대한 줄기로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이 곳이 우연히 발견되기 전까지 아무도 이 곳에 대한 존재를 알지 못했던 것에 매우 신기함을 느꼈다. 그 동안 이곳은 오랜 시간동안 비밀의 장소로써
그 역할을 하고 있었고, 잊혀진 장소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존재가 발견 된 이후 이곳은 더 이상 비밀의 장소가 아닌 예술과 미래를 향항 상상의
공간으로써 역할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1970년대 군사정권의 한 부분이었지만 이제는 과거의 모든 어두운 역사들을 바꾸어
미래에 다가올 수 많은 가능성을 지니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장소가 된 것이다.
그리고 신기했던 것은 이 곳에 VIP실이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세면대와 좌변기가 있었고, 그것과 별도로 열쇠 보관함도 있었다.
열쇠 보관함은 각 실별 열쇠를 보관한 상자로 출입구, 집수정 및 각종 멘홀 등 벙커 곳곳에 진입할 수 있는 열쇠들이 보관되되어 있었다고 한다.
발견되었을 당시 이곳은 물이 무릎까지 찼었고, 세면대와 좌변기 주위도 낡은 칸막이로 막아져 있었지만 지금은 전시를 위해서 투명한 유리 칸막이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발견 당시 열쇠들이 헝클어져 있으면서 흩어졌었지만 지금은 용도에 맞게 분리가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급소파도 있었는데, 4,50년 전의 소파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상태도 매우 깔끔하고 고풍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궁금해서 소파를 만져보니 감촉도 매우 좋고 상태가 매우 좋았다. 최근에 만든 소파라고 할만큼 좋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소파도 처음에 이 지하벙커가 발견되었을 때 함께 발견된 것이라고 한다. 발견된 물품들도 대부분 복원하여 전시를 했다고 하니 이런 구경을 우연한
기회에 한 나와 내 동생은 뭔가 행운을 잡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 곳은 통로가 3개인데 하나는 엘레베이터를 통한 통로이고 하나는
정문, 그리고 나머지 하나도 있으나 이 곳은 버스 정류장의 보행자 길이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로 인해서 폐쇄가 되었다고 한다.
폐쇄가 된 통로에서 가만히 들어보니 위로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거는 소리와 쿵광대며 뛰어다니는 소리까지
들렸고, 그것 때문에 근처가 진동이 느껴지기도 했다.
앞으로 기회가 되는 대로 가끔 한 번씩 오기에 좋은 장소 인 것 같다. 우리집에서는 88번 버스를 타고 여의도 환승센터에서 하차를 하면
바로 갈 수 있는 곳인이니 자주 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나라 역사의 한 흐름을 체험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았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더욱 깊은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