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고백, 성 어거스틴의 고백록
기독교 역사의 불멸의 역작이 있다. 천로역정이나 기독교 강요 등 여러 책들이 있지만 그 중에 오늘 내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바로 성 어거스틴의 고백록이다. 고백록은 성 어거스틴의 저작으로 약 1800년 전에 지어진 책이다. 이 책이 씌여진 역사를 생각했을 때
엄청난 시간을 거스른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거스틴은 북아프리카 타가스테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 모니카와 아버지 파트리키우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명한 수사학자로 활동을 하였고, 마니교의 이단에 빠졌다가 후에 기독교로 회심하여 힙포의 주교가 되었고,
기독교 역사상 큰 영향력을 끼친 신학자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시절 공부를 많이 했고, 기독교 배경에서 자라났지만 그는 청년시절 많은 죄를 저질렀다. 특히 그가 지은 죄는 성적인 죄들이 많았는데
그것은 그가 자신의 정욕을 제어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고뇌와 갈등이 주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고뇌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흙탕물 같은 육신의 정욕으로 가득한 사춘기의 용솟음치는 물 속에서 짙은 물안개가 피어올라 내 마음을 흐리게 하고 어둡게 하여,
사랑의 순수함과 정욕의 혼탁함을 구별하지 못하였나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뒤엉켜 파도를 일으켰고, 나의 연약한 청춘을 정욕의
낭떠러지로 끌고 가 죄악의 소용돌이 속에 빠뜨렸나이다.
오, 나의 기쁨이시여! 당신은 더디시나이다. 당신은 그때 잠잠히 계셨으며, 나는 당신을 아득히 멀리 떠나 교만으로 인해 소망을 잃고
불안으로 인해 곤비하였으니, 고통을 싹틔우는 메마른 씨앗만이 계속 늘어 갔나이다."
그는 자신의 정욕에 대한 고통을 이렇게 호소하였다. 그리고 신앙적 신념과 자신의 정욕 사이에서 오는 갭으로 인해서 부르짖었다.
그리고 나쁜 친구들을 사귐으로 죄의 유혹에 더 깊이 빠지기도 했으며, 또한 자신의 정욕을 다스리기 위해서 약혼을 했지만 그 기간 동안
동거녀와 살면서 아이까지 낳기에 이르는 등 그의 삶은 죄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는 삶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고백록이 위대한 이유는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회피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자신의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무던히 애를 쓰며,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것에 있다.
즉, 그의 고백은 자신의 지난 날에 대한 참회의 고백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고 찬양하는 찬미의 고백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비록 그가 철학에 심취하여 마니교라는 이단에 빠졌지만 그의 어머니 모니카는 눈물의 기도로써 그의 아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러한 어머니의 기도를 이렇게 고백한다.
"하오나 당신은 높은 곳으로부터 당신의 손을 펴시사, 내 영혼을 이 깊은 어둠 속에서 건져내 주셨나이다. 이는 당신의 신실한 여종
내 어머니가 나를 위해 당신께 눈물로 부르짖었음이니이다. 어머니는 이 세상의 다른 어머니들이 저들의 죽은 자식을 위해 통곡하는
것보다 더 애절하게 나를 위해 통곡하였나이다. 이는 어머니가 믿음으로 말미암아, 또 당신께서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내 죽음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니이다. 주여, 당신은 어머니의 기도를 들어 주셨나이다. 당신은 어머의 기도를 들어 주셨으며 그 눈물을 멸시치 않으셨으니
어머니가 어디서 기도하든지 그 눈에서 눈물이 샘솟듯 흘러나와 그 밑의 땅을 적실 때 그러하셨나이다. 당신은 어머니의 기도를 들어
주셨나이다."
어머니 모니카의 간절한 눈물이 그의 아들 어거스틴을 살리고, 마침내 기독교 역사상 위대한 신학자이자 성인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어떠한 절망적인 순간에도 하나님을 포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그가 가장 낮은 곳에 있을 때에도 그와 함께 하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시는 분이셨기 때문이다. 그 사랑을 깨달은 그는 마침내 자신의 고뇌를
벗어던지게 된다. 그 과정이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자신을 묶고 있었던 모든 억압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겨나아가게 된다.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나는 표면적으로는 죄를 짓지 않는다고 자부 했었지만 내 마음 속으로 얼마나 많은 죄를 저질렀을까.
이 세상에서 의인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진정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고 있는가. 그 분을 신뢰하는가. 그것만이 나의 모든
죄의 사슬에서 건질 수 있음을 느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랑, 그것이 바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진정한 사랑인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 사랑에 화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