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새가 된 것 같아, 영화 빌리 엘리어트
어린 시절, 하늘을 날아오르는 꿈을 꾼 적이 있다. 내 몸은 한 마리의 새가 되어 깃털처럼 두둥실 떠올랐고, 자유롭게 날고 있었다.
꿈 속에서 본 하늘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불같이 깔린 구름 저 너머에 따뜻하게 떠오르는 태양이 보였다.
그리고 태양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인생 속에서 그 아름다운 하늘을 날아볼 것이라고,
그 꿈을 이룰 것이라고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모두 마음 속 안에 저마다의 하늘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비록 현실은 어렵고 힘들지라도 어린 시절 꿈꾸던 하늘을 품고 있는 것이다.
여기 한 소년이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가세는 기울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광부로 일하시던 아버지와 형마저 파업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이든 할머니도 모시고 살아가는 소년의 집은 가난한다. 그리고 그런 소년에게 유일한 해방을 주는 것은
음악과 춤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춤을 출 때 만큼은 모든 걱정과 근심을 잊어버릴 수 있다.
소년의 아버지는 감성적인 아들이 못마땅하다. 그는 아들이 좀더 남자답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아들의 남성성을 키워주기
위해서 권투를 시킨다. 비록 어려운 형편이지만 자신의 아들은 권투를 하여 남자답게 성장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소년은
자신이 권투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서 억지로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연습을 하던 권투장에 한 가지 소동이 일어난다.
광부들의 파업으로 1층에 자리를 비워주게 된 발레 교습소 학생들과 함께 공간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파업이 끝나는 기간 동안 함께 하게 된 발레 학생들과 권투장 소년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 된 것이다.
권투를 연습하면서 소년은 계속 아름다운 모습으로 발레를 하는 여학생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의 춤에 마음을 빼앗긴다. 어느 덧 그들 틈에서 발레를 함께 배우게 된 소년.
선생님은 그런 소년에게서 춤에 대한 탁월한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소년이 로얄 발레 학교에 진학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를 권유하는 선생님,
그러나 소년의 집은 너무 가난해서 발레 학교의 학비를 감당할 수 없다. 그리고 당장 생계도 어려운 형편이다.
아버지와 형의 반대로 춤을 추지 못하게 되고, 소년은 절망에 빠지며 시간은 흐르게 된다.
어느 덧 크리스마스가 되고, 소년과 그의 친구는 권투장 안에서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아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게 된 아버지는 화가 나서 권투장 안으로 들어오만, 소년은 그런 아버지 앞에서 보란듯이 춤을 춘다.
자신의 모든 열정을 다해서 춤을 추는 아들을 보게 된 그의 아버지는 그 길로 소년에게 발레를 가르쳐준 선생님을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에게 다시 한번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다.
그 길로 아버지는 자신이 파업을 했던 광산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 버스에 몸을 싣는다. 자신이 욕하던 그들의 버스를 타고
광산을 향하고, 형은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울부짖는다. 조금만 더 참으면 파업도 끝이 나는데 왜 이러시느냐고,
그러나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형에게 이렇게 말한다. 빌리가 천재일지도 모른다며 말이다.
그렇게 천고만신 끝에 소년은 오디션의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여러 위기들 속에서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을 한다.
발레 학교에서 수년 간 갈고 닦은 실력으로 그는 최고의 무용수가 되고, 무대에서 멋진 도약을 하며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소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난하고 암울한 현실, 시간이 흘러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
가난한 노동자의 삶이 얼마나 비참할 수 있는가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의 어릴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우리 집, 늘 빚에 시달리고, 쌀이 떨어져서 콩죽을 끓여먹었던 날들,
가난은 항상 우리의 곁을 맴돌았다. 소년의 상황과 어린 시절 어려웠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그러나 소년은 이런 자신의 상황에서 주저 앉지만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원하고 있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춤을 추던 그 순간 만큼은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새가 되어 있는 것이다.
가난하고 어려운 현실 때문에 나의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현실과 타협하고 자신의 꿈을 고이 접어둔 채 순응하는 삶을 살지는 않을까?
우리는 두려워한다. 어려운 현실과 나아지지 않는 상황들을 바라보며, 내가 가진 얼마 되지 않는 것들 마저도 잃게 되지는 않을까
늘 불안해하며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나의 꿈을 포기한다.
하지만 내가 꾸는 꿈 없이 살아갈 수 없다면, 그 꿈만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면, 과연 우리는 그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현실의 벽과 상황이 두려워서 꿈꾸는 것조차 포기한다면 우리의 영혼은 점점 그 빛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영혼의 빛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꿈을 꾸어야 한다.
우리를 빛나게 할 수 있는 그 꿈을 말이다.
소년이 오디션을 마치고 오디션을 주관하는 심사위원으로 부터 한 가지의 질문을 받게 된다.
"마지막 질문 하나만 빌리에게 묻고 싶은데, 네가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니?"
"모르겠어요. 그냥 기분이 좋아요.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한번 시작하게 되면 모든 것을 잊게 되고
그리고 사라져버려요.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요.
내 몸 전체가 변하는 기분이죠. 마치 몸에 불이라도 붙은 느낌이에요.
전 그저 한 마리의 날으는 새가 되죠. 마치 전기처럼.. 네 전기처럼요"
꿈을 꾸게 되고 그것을 향해서 엄청난 열정을 가지게 된다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
그것이 진정한 몰입의 경지가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된다.
소년의 이 말처럼 나도 나의 꿈을 이렇게 이루었으면 좋겠다. 그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한 마리의 날오르는 새가 되는 경험.
온 몸에 불이 붙은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