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이름만 들어도 그 참혹함은 이루말할 수 없다.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 사랑하는 가족들, 내가 가진 모든 것, 집, 재산, 친구들,

그리고 나의 영혼까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이 세상에 수 많은 전쟁이 있어왔지만 무엇보다도 홀로코스트는 인류가 발현한 이래에 가장 참혹한

참상으로 기억될 것으로 생각된다. 유대인을 비롯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희생당했다. 그리고 그들을 도운 사람들도 죽었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희생당한 사람들, 그들의 죽음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황량하고 폐허가 된 거리에 한 남자가 걸어가고 있다.

그는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혼자 정처없이 방황하고 있다. 그는 두려움에 떨었고, 춥고 배고팠다.

그를 도운 사람들도 잡혔고 이제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떠났고 폐허가 된 길을 걸어가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전쟁이 생기기 전 그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 그리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다.

사랑하는 여인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혼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뒷모습은 너무나도 쓸쓸하고 적막해보인다.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고, 미래에 대한 소망도 사라진지 오래이다.

그저 오늘 하루도 살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그에게는 그것 뿐이다. 

다락방에 숨어 있던 그는 결국 독일장교에게 발각이 되고 만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독일장교는 그에게 직업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고

그는 피아니스트였다고 대답을 한다. 독일장교는 그에게 피아노를 연주해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생애 마지막 연주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는 온 영혼을 다해서 연주를 한다.

연주에 감동을 받은 독일장교는 그가 숨어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그에게 먹을 것도 제공해준다.

그의 도움으로 목숨을 이어나가게 된 남자,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전쟁은 끝이 나고 그는 살아난다.


나는 전쟁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세대이지만, 전쟁은 아마 영화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끔찍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 나타난 전쟁은 다른 많은 전쟁 영화들 중에서도 단연 전쟁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이별로 혼자 남겨진 자의 두려움, 쓸쓸함, 고독함을 잘 나타낸 것 같다.

세상에 홀로 떨어진 느낌, 아무도 나를 알아보는 이 없고, 가족들과의 이별의 아픔을 슬퍼하기도 전에 당장 나 자신의 생명부터 건져야 하는

비참한 처지 등, 전쟁으로 인해 인간이 얼마나 피폐해질 수 있는지 알게 해주었다.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 앉아있다. 그들에게 독일군이 들이닥친다. 그 중에 휠체어를 탄 노인, 그는 다리가 불편해 일어날 수 없다.

그대로 독일군들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 채로 그 노인을 던지고 노인은 죽는다. 가족들은 독일군에게 끌려간다.

독일군에게 발각될까봐 우는 아기의 입을 막은 어머니, 그리고 아기는 죽게 되고 어머니는 잃은 아기에 대한 자책감으로 울부짖는다.

목말라 죽어가는 아이를 안고 다급하게 뛰어다니는 어머니, 그에게 도움을 내주는 손길은 없다.

일렬로 선 사람들, 그 가운데서 착출된 이들, 그리고 독일군은 한명씩 총살한다,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다.


전쟁이 무엇이기에, 죄없고 힘이 없는 사람들이 죽어가야 하는가?

그 질문에 우리는 아무런 답을 할 수 없다. 

어린이, 여자들, 노인들, 그리고 젊은이들까지, 수 많은 가능성과 미래를 지녔고, 인생의 모든 풍파를 이겨나왔던 이들의 미래는 

죽음으로 사라져 버린다. 거리마다 시체들로 가득하고, 눈 앞에서 사람이 죽는 것을 목격하면서,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서 무뎌져간다.

그러나, 이러한 비참한 전쟁 속에서도 우리의 영혼을 지켜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예술일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마지막 동아줄.

주인공인 그는 피아니스트였고, 그에게 피아노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전쟁 중에는 숨어서 살아야 하기에 피아노를 칠 수 없다.

영화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피아노 뚜껑을 열어서 직접 치진 않고, 피아노를 소리없이 치는 장면이었다.

피아노를 소리없이 치면서 그 음율은 그의 마음 속에서 울리게 될 것이다. 

비참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피아노의 음율을 기억해내는 그,

그리고 그의 연주에 감동받은 독일장교.

음악은 이렇게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영혼과 영혼을 연결해주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이 결국 삶을 지탱해주는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을 한다.


오늘날에도 분단된 한국의 현실, 그리고 나아가 시리아 전쟁과 수 많은 내전의 난민 등, 

이 땅에는 곳곳에서 아직도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매일 수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죽어가고 있으며, 어린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들의 죽음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죽음이고, 소망에 대한 죽임이다.

이러한 전쟁이 하루 속히 종결되어서 모든 사람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삶과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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