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다가온다면, 정말 내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우리집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 빚더미에 오른 우리가족은 하루하루가 지옥에서 사는 것 같은 그런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매일 우리집으로 독촉전화가 오고, 너무나 큰 액수에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돈이 없다는 것, 그리고 그저
돈만 없는 것이 아닌 빚에 시달린다는 것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 때는 저녁에 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웠다.
왜냐하면 아침이 오면 우리집 전화는 쉴새없이 울리기 때문이다. 정말 전화가 울릴 때마다 빚 독촉 전화였기 때문에 지금도 전화가 울리면
그 때의 기억 때문에 움찔하곤 한다. 그렇게 아침과 점심이 지나 오후가 되면 전화는 잠잠해지고 저녁이 오면 우리 가족은 그 날 하루를
넘겼다는 생각에 안도하곤 했었다. 그리고 우리 네 가족은 매일 함께 모여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곤 했다.
물론, 우리 가족이 머리를 맞댄다고 특별한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우리 가족이 함께 뭉쳐 있는 것만으로도
그 어려운 상황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이 되곤 했다.
그렇게 어려운 나날이 지속되다가 희망의 빛 줄기가 열리기 시작했다. 집이 팔렸고, 그 돈으로 급한 빚을 갚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해서 그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했고, 부모님은 열심히 돈을 벌어서 남은 빚을 갚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그 지옥같은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선아 사랑해 라는 책은 어린 시절 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그 줄거리는 대충 알고 있었던 이야기였다. 워낙 신문에도 이 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이지선이라는 분의 삶이 소개가 되었기 때문에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읽게 된 이 책은 나를 감동의 물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내가 이런 화상을 입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솔직히 말해서 삶을 살아갈 의지를 완전히 잃었을 것 같았다. 내가 의지가 강하다고
할지라도 화상의 고통까지는 이겨낼 자신이 없을 것 같다. 여성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은 출산의 고통이라고 한다. 이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그 고통보다 더한 고통이 바로 화상의 고통이라고 한다. 그러니 화상의 고통이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최악의 고통인 것이다.
화상을 치료하는 과정은 지옥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화상을 입은 피부를 때밀이 같은 것으로 전부 긁어서 벗겨내고 그 상태에서 약품 속에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과정 속에서 환자들은 너무 아파서 기절하기도 한단다..
그리고 치료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죽는 환자들도 많다고 하니, 얼마나 극심한 고통일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이지선씨는 이화여대에 재학중인 꽃다운 여대생이었다. 부모님과 오빠, 그리고 이지선씨 이렇게 4명의 가족이서 단란하게 살아가고 있었고,
교회에서는 성가대를 할 정도로 아름다운 목소리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와 함께 차를 타고가던 그녀는 만취한 상대편 운전차와의 추돌로
차량에 불이 났고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었다. 불에 타고 있었던 이지선씨를 그의 오빠가 불을 끄기 위해서 그녀를 안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녀의 오빠도 조금의 화상을 입었다. 그렇게 힘겨운 나날이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녀는 자신을 구해준 오빠에게 고맙다고 살아서 행복하다고
말을 하곤 했다고 한다.
화상치료의 극심한 고통 가운데에서 그녀는 그 통이 너무 심해서 죽음을 생각했다고 한다. 산소호흡기로 목을 눌러 산소가 들어오지 못하게도 하고,
몸에 무언가 줄이 달려 있기에 그걸 뽑으면 죽을까 싶어서 발가락으로 당겨 그 줄을 빼보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겨우 소변을 받아내는 줄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찬양을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갑니다.
고통 가운데 계신 주님
변함없는 주님의 크신 사랑
영원히 주님만을 섬기리"
천국으로, 하나님께로 데려가달라고 애걸하면서 기도한 그녀는 그 찬양 가사를 부르고 또 불렀다고 한다. 너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서 하나님께
가고 싶다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런 그녀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고. 그 당시 아무뜻도 모르고 불렀던 노래의 가사 처럼
고통 가운데 주님을 만나서 변함없는 주님의 사랑을 느끼도록 그녀를 통로로 사용하셨던 것이다.
그렇게 고통의 터널을 힘겹게 나아가던 그녀는 치료를 마치고, 유학길에 올라 사회복지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전 한동대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임용되게 된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결코 동굴이 아니라 터널" 이라는 자신의 좌우명을 설명하며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깜깜해져서 '여기가 동굴인가'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걸가야 터널 끝에 나오는 빛을 경험할 수 있다" 고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 우리의 인생은 동굴이 아닌 터널이다. 동굴은 끝없는 어둠의 연속이지만, 터널은 그렇지 않다. 입구는 비슷해보일 수 있다. 처음에는 둘 다
어둡다. 하지만 터널의 끝은 빛이다. 모든 어려움은 계속 걸어감으로써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도 지금 당장 어렵고 힘들 수 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견딜 수 없을 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은 그 순간 이렇게 되뇌어보자. 지금 나는 동굴이 아닌 터널 한 가운데에
있다고, 그렇기 때문에 힘겹지만 그저 지금처럼 계속 걸어가다보면 결국 나에게 빛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빛을 갈망하고 있는 한 우리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을 믿는다. 꼭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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