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앞두고 오랜만에 한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다. 나와 동생은 9년째 함께 자취를 하고 있고, 우리가 부모님과 떨어져 산지는
벌써 10년 정도 된다.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부모님과 떨어져서 지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생각보다 일찍 부모님의 품을 떠나서 산 것이다.
엄마의 생일과 함께 어버이날을 축하하면서 가족끼리 함께 케익을 먹었다. 설날 이후에 처음으로 만난 것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뵙게 된
부모님이 너무나 반가웠다. 토요일날 아침 일찍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날이었기 때문에 공교롭게 고속도로는 교통대란에 허덕였다.
원래 부모님집까지 한시간 반이면 충분이 가는데, 그날은 차들이 너무 막혀서 4시간이 넘어서야 부모님이 계신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도 힘들게 갔지만 함께 엄마의 생일 겸 어버이날을 축하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연휴가 월요일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부모님이랑 함께 서울에 올라오면서 같이 서울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원래 엄마는 춘천을 가고 싶어 했지만 이미 춘천가는 열차는 12시까지 전부 매진 되어 있었다. 그래서 행선지를 바꿔서, 북서울 꿈의 숲과
인사동, 북촌, 효자동을 거쳐서 돌아서 오기로 결정을 하였다.
북서울 꿈의 숲을 가기 위해 미아사거리역에서 하차 한 후, 근처 식당에서 닭갈비를 먹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린이날이어서 그런지
공원에는 부모님과 함께 어린 아이들이 정말 많이 왔었다. 분수대에서 물장구치고, 썡쌩이도 타고,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도 왔었다.
아직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나도 결혼을 해야 할 나이가 되다보니 그런 아기들을 보니까 너무 예쁘고 귀여웠다.
그렇게 공원을 걸어가다가 산책로를 벗어나 등산로로 진입을 하게 되었다. 등산로가 생각보다 가파라서 당황했다. 나랑 동생이랑 아빠는
힘겹게 오르고 있는데, 우리 엄마는 벌써 저만치까지 뒷짐지고 앞서가고 있었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고, 엄마가
건강한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기뻤다. 가족과 함께 한참을 등산로를 걸어가다가 우연히 전망대를 발견하게 되었다.
왠지 전망대를 올라가면 서울 시내 전체를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열심히 걷고 걸어서 전망대에 도착을 했다.
워낙 날씨가 여름 날씨같이 더운 탓에 땀을 많이 흘렸지만, 그래도 전망대 안으로 들어가니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엄청나게 많은 계단을 간신히 올라가서 전망대의 맨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옥외전망대에 와 있었다. 다들 사진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도 사진도 찍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울시내의 하늘 아래 풍경을 찍기 시작했다. 워낙 높은 산에 있는 전망대이다보니
사방 곳곳을 볼 수 있었고, 저 멀리 제2롯데월드도 보였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한정 된 생활공간에 있다보니 푸르고 넓은 하늘을 볼 기회가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탁 트인 하늘을 보니
내 마음도 시원하게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 동안에 있었던 많은 고민과 생각들을 저 하늘 속으로 던졌다. 그리고 한결 가벼워졌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바로 밑에 층에 전망대 카페에서 함께 시원한 딸기와 오렌지 쥬스를 마셨다. 서로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무척 목이
말랐었나보다. 우리 가족 모두 쥬스를 시원하게 비웠다. 그렇게 같이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전망대를 내려와 그 다음 행선지인
인사동으로 가기로 했다. 지난번에 온 적은 있었지만 그 때의 분위기를 부모님께서 즐겁게 기억하고 계신 터라 이번에도 가기로 했다.
같이 인사동 거리를 걸으면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예쁜 팔찌랑 목걸이, 전통 물건들을 파는 사람들도 구경을 했다.
지나가가 사람들이 엄청 몰려있는 가게를 보았다. 부모님도 그 가게를 보면서 도대체 무슨 물건을 팔길래 저렇게 사람들이 미어터지는지
궁금해하셔서 가게 안을 들어가보니, 스와르보스키 매장에서 오픈행사로 90%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매장 안에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아빠께서 깜짝 선물로 나와 동생에게 귀걸이를 사주고 싶다고 하셔서 우리는 신나게 귀걸이를 골랐다.
동생이 먼저 자신이 마음에 든 귀걸이를 골랐는데 나는 예쁜 귀걸이가 너무 많서 무엇을 골라야할지 헤매고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께서
골라주신 흑진주 귀걸이를 하기로 하고 카운터에 예약을 한 후 기다렸다. 워낙 사람들이 많아 예약을 한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에 30분을
밖에 서 있다가 동생과 나는 순서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차례가 5명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서 더 기다리기로 했는데, 우연히 내 눈에 띈 예쁜 귀걸이가 있었다. 하얀 보석이 달린 귀걸이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다른 귀걸이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우리 순서가 되면 바꿔야지 마음을 먹고, 기다린 후에 바로 우리 차례가 되었다,
먼저 고른 귀걸이를 살펴보고 살지 여부를 직원에게 말해주는 것이었는데, 다른 귀걸이로 교환가능한지도 물어보니 된다고 하여, 나는 바꾸겠다고
얘기를 했다. 바꾼 귀걸이를 보고 부모님도 마음에 들어 하셨고, 무엇보다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인사동 쌈지길도 한 바퀴 돌고, 북촌으로 향했다.
이제 저녁에 가까운 오후가 되었지만 북촌은 여전히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저기서 예쁜 한복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고, 심지어 한복에 갓을 쓴 남자들도 보였다. 그렇게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의 고유한 전통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많은 관광객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곳 주민들의 애환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였다. 집 곳곳에는
주민이 실제로 사는 거주지이니 목소리를 낮춰달라는 문구가 있었고, 대문을 열고 함부로 들어오지 말아달라는 글도 있었다. 전부 중국어와 영어, 일어로
까지 번역되어 있었지만 그것을 지키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매일 자신의 집 근처가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하다면 얼마나
힘들까? 그리고 곳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면, 거주지의 물건을 함부로 훼손한다면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유지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이러한 마음을 뒤로하고 우리 가족들은 북촌에서 내려와 효자동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효자동으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는 않았다.
또한 우리에게는 지도가 있었기 때문에 그 근방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인간 내비게이션인 우리 동생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그렇게 걸어가다 보니 청와대 춘추문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원래 지난 정권까지는 개방이 안된 곳이었는데, 이번 정권에 들어서면서 최초로 시민들에게
개방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가족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족, 친구들, 연인들 다양한 사람들과
뒤섞여서 그 길을 걸었다. 저기 멀리 청와대의 웅장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인왕산을 배경으로 그 아래에 지어진 청대를 보면서 짧은 순간이지만
나도 모르게 어떤 전율 같은 느낌을 느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우리 엄마의 옛 추억에 대한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었다. 엄마가 40년 전에 청와대 앞 큰 제과점에서 몇 년 동안 일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 자리가 도로와 공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40년 전이지만 우리 엄마는 그 때의 기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가 일했던 제과점은
뉴욕제과라고 엄청 큰 제과점이었고, 청와대 앞의 유일한 핫플레이스여서, 연인들, 그리고 청와대 직원들의 만남의 장소였다고 한다.
우리 엄마의 청춘의 한 자락이 효자동에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엄마가 그렇게도 와보고 싶어했던 효자동이었는지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부모님이 지금은 지방에 살고 계시지만, 그 동안에 수도권도 살았었고
서울에도 오래 살았었지만, 엄마가 20대 초반에 일했던 효자동에 다시 오기까지는 4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그 40년의 세월이 엄마에게 얼마나 고단하고, 험난한 세월이었으면, 이 곳에 오기까지 40년이 걸렸을까 하는 그런 마음..
이제부터라도 우리 아빠, 엄마께서 가고 싶어하시는 곳, 보고 싶어하시는 곳, 드시고 싶어하시는 것이 있으면 어떤 희생을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것을
해드려야겠다는 마음마저 들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들은 효자동과 청와대를 뒤로 하고 아쉽지만 집으로 향하는 전철을 탔다. 아무래도 꿈의 숲과 인사동, 북촌, 효자동을 거치는 강행군을
했기 때문에 배가 많이 고팠다. 그래서 신도림 애슐리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전철을 타고 오면서 우리 네 가족은 조금 눈을 붙이고, 금세 신도림에
도착을 했다. 아직 한 번도 애슐리에 가 본적이 없으신 아빠와 엄마를 모시고 꼭 같이 오고 싶었다. 저녁 8시었기 때문에 9시까지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매장 직원의 안내를 받고 우리 가족은 바로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서로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담고,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행복해하시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니 내 마음도 너무나 기뻤다. 그리고 동생과 앞으로 부모님과 함께 이렇게 자주 오자고 다짐을 했다.
이번에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느낀 것은, 왜 이런 시간들을 자주 마련하지 못했을까 라는 마음이었다.
우리가 무엇이 이리도 바빴을까, 생각해보면 이렇게 바쁘게 지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왜 조금 더 부모님과 함께 하지 못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더 많은 시간들을 함께 해야겠다고 느꼈고, 세상 무엇도 가족 밖에는 내가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는 것을 생각하였다. 매일매일 더 사랑한다고, 당신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고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내가 되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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